일기/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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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5. 16.일기/기록 2014. 5. 16. 03:31
과거에 나를 깊이 스쳐갔던 사람들에 대해 회상한다. 초등학생 때 열병과도 다를 바 없는 사랑을 느끼게 해주었던 S, 그녀는 4학년 2학기 때 전학 온 그 학교에서 가장 외향적인 아이였다. 기도 무척이나 세고 자기 주장이 강한 아이. 그 당시 흥하던 애니를 버닝하던 우리 둘은 다른 반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무척 친해졌고 초등학교 5학년에는 같은 반이 되어 더욱 단짝처럼 붙어다녔다. 둘 중에 한 명이 사귀자고 말한 것은 아니지만 서로에게 깊은 연애 감정을 느꼈다. 같이 그림 그리고 같이 도서관에서 이야기하고 서로의 공간을 찾아가 놀고 밤을 지새며 손을 잡고 입술이 닿았던 그 때를 선명하게 기억한다. 5학년 끝자락부터는 무언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는데 제대로 된 원인은 기억나지 않는다. 여전히 서로를 너무 좋아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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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5. 09.일기/기록 2014. 5. 10. 01:54
1. 세월호 사태에 대한 정세가 신기하다. 뭐 배 안에서 '끔찍하게' 죽어간 어린 '고등학생들'이 대부분의 희생자라서 그 자극적인 잔혹함에 오래 반응하는 면도 있겠지만, 휩쓸려 묻혀갔던 지난 촛불집회들과는 분노의 깊이나 행동 방식이 다른 느낌. 안산 광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4천명?) 집회도 그렇게 많은 수의 시민들이 참여할 줄 몰랐고 희생자 가족분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투쟁에 앞서 나오실 줄 몰랐다. 물론 '가만히 있으라'는 한 정파의 움직임...일 수 있겠지만. 작년 말 철도민영화로 전국이 소란스러울 때 나는 그저 소란스러운 것을 넘어 서로가 서로를 배우고 학습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민영화가 무엇이고 왜 정부는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아니라고 잡아떼는지, 그 사이에 집권자와 자본가들이 얻는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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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5. 06.일기/기록 2014. 5. 6. 13:45
연애를 시작했다. 1. 꽁기꽁기 기분이 이상하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저렇게 하는 게 맞나 싶다. 서툴고 갈피를 못 잡겠다 2. 연애를 하는 것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 사이에는 깊은 관계가 있을까? 나는 내 연애에 부끄러움이 없지만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부끄럽다. 그것은 내 연인에 대한 부끄러움일까 내가 연애한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일까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인걸까. 3. 애초에 왜 연애한다는 걸 떠벌리고 다니는 걸까. 비밀로 하고 싶은 건 절대 아니지만, 연애를 숨기지 않는 것과 공개적인 공간에 공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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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5. 04.일기/기록 2014. 5. 4. 12:02
아침일기 1. 며칠 전에 산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다. 클래식만 타봤지 하이브리드 자전거는 처음이라 되게 날카롭고 위험한 느낌이 들었음. 특히 방향전환 할 때 원하는 대로 돌리기가 조금 힘들었달까 (´;ω;`) 틈틈히 공원가서 연습을 좀 해야겠다... 2. 자유미술 소모임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이미 회화를 졸업하고 전시도 몇 번 해보신 분에게 조언을 듣는데 자기 작품도 능숙하게 진행할 줄 모르는 이제 갓 새내기를 마친 2학년 휴학생이, 단지 의지로써 '작품 합시다!'라고 외치고 끌고 온 게 제일 첫 번째로는 창피했고, 계속 끌고 갈 수 있을까 생각되더라. 나에겐 한참 배워야할 작품 과정, 과정 속의 용어(에스키스나 프로토타입 등등), 나 자신을 포함한 다수를 인솔해야하는 역할, 논리적이고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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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4. 25.일기/기록 2014. 4. 25. 17:44
갑자기 불안해졌다. 내가 이끌고 있는 이 아홉 명의 소모임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까. 지금 무료 대관이 가능한 전시 공간 조차 찾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아홉 명의 팀원들의 지갑을 털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전체 안녕들한테 자금을 받는 것도 불가능하고 별로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다. 돈이 모인 본래 목적과 전혀 성격이 다른 쓰임일테니까. 전시 공간을 찾는다해도 5월에서 11월까지, 즉 5개월 안에 좋은 작품을 만들어서 전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기를 쓰고 한다면 나야할 수 있겠지만 타전공인 분들에게 높은 작품성을 요구하는 건 내가 교수님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소리와 같다.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중간에 포기하게 되더라도 우선은 해보는 게 맞는 걸까. 음..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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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 24.일기/기록 2014. 4. 24. 23:44
'남/정부 탓하지 말라'고 하는 인간들이 차고 넘쳐서 치 떨린다. 사람은 절대 혼자 살아가지 않는다. 내 주거 공간인 집, 내가 다니는 학교, 노동력을 제공하는 직장 등은 국가의 법과 체제 그 관리 아래서 존재하기 때문에 (다소 과격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죽음은 그 개인이 살아남지 못한 탓이 아니라 국가가 구하지 못한 탓이다. (그리고 또한 그런 국가를 만들지 못한 우리의 탓이다.) 혼자 넘어졌는데 코 깨졌다고 남 보고 뭐라고 하는게 아니라, 넘어질 수도 있는 곳에 가시밭을 만들어놓고선 다친 사람에게 '니가 넘어진 탓이지'한다는 거다.배의 침몰은 선장 한 사람 뿐만 아니라 무리하게 개조한 배를 띄우도록 한 국가의 탓이고 삼성중공업 노동자, 쌍차해고 노동자분들의 죽음은 노동자의 권리보다 대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