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영상

식령제로 정주행

hyesoo 2014. 4. 11. 02:39

















요미는 검은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일본도를 들고 싸우는 전형적인 일본 미소녀 만화 중에 제일 매력있는 캐릭터인 것 같다. 최근에 본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의 주인공 '사야'도 검은 교복에 나름 모에요소 있는 땋은 양갈래 머리, 검을 들고 싸우는데 요미와 비슷하면서도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우선 둘 다 흑발에 짱 쎄고 살기가 장난 아닌데다 이 사실을 애니 내 캐릭터들 모두가 잘 인지하고 있다.


다른 점은 스토리의 문제가 만들어낸 부분인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요미는 카구라에게 칼을 겨누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데 비해 사야는 없다. 사야는 그저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순수 뱀파이어고 그렇기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생겨난 뱀파이어들을 모두 처리해야한다는 플롯이 애니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주요 전제인데 사실 그 두 가지의 문장 사이 공백이 너무 길다. 순수 뱀파이어는 왜 그렇지 않은 뱀파이어를 죽여야하며, 그게 숙명이라는 것 아래에서 합당하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순수 뱀파이어나 되는 희귀종이 왜 그것을 따라야만하는지가 비어있다. 반면에 요미는 그렇지 않음. 왜 요미가 카구라를 죽여야하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 식령 제로 12화까지 보면 알게 될 것임.


영상을 볼 때 스토리를 굉장히 중요하게 보는 나로썬 두 캐릭터의 차이점을 이 부분에서 가장 크게 느꼈는데 사실은 더 많을 것이다. 예컨대 성격적인 면에서 사야는 밑도 끝도없이 고독하고 마음이 없는 중2중2스러운 살인병기라면 요미는 털털하고 (카구라에게)애교만점에 (카구라에게)자상하고 예쁜 포니테일 모에요소까지 갖춘 살인병기라고 해야할까. 그런 누가봐도 짱짱걸인 언니 캐릭터가 카구라에게 살기를 품고 죽이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며, 아마 나와 같은 덕후들은 무척 흥분했을거다. 난 그야말로 봄내음 폴폴 풍기면서 "언니 부끄럽지만, 좋아해요" "응 나도." 뭐 이런 마리미떼같은 전개방식을 졸라 혐오하고(예전엔 '백합은 떡도 치면 안되고 순수해야해!'하는 일개 남성 백합러들에 반발하는 마음에서 혐오했지만 요즘은 다 떠나서 그냥 애니 자체가 지루하다.) 저렇게 서로 치고박고 싸우면서 애정을 확인하는 연애전선을 훨씬 좋아하기 때문ㅇㅇ. 


난 분명 식령제로를 덕질하려 했는데 왜 타애니랑 비교하고 있는거지... 여하튼 본편을 다 죽여버린 식령제로 짱짱이다. 이렇게 여자애들끼리 서로 치고박고 싸우다 애정이 싹트고 붕가붕가도 좀 하는 애니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