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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4. 07.일기/기록 2014. 4. 11. 00:17
1. 고등학생 때부터 웹호스팅, 나모 웹 에디터를 만지작거리면서 제로보드4 모듈을 기반으로 한 홈페이지를 몇 년 운영해봤었는데 이번에 다시 홈페이지를 개설할 때는 나모 웹 에디터가 없다는 결정적 이유로(데모 버전도 다 썼고 어디서 불다하기도 늙으니 귀찮..) 익스프레스 모듈을 사용해봤다. 물론 지금 이 곳이 제로보드xe를 쓰고 있는 것은 익스프레스가 그닥 내 입맛에 안 맞아서. 디자인(스킨)은 무거운 거 빼고 꽤 괜찮았는데 글을 쓰려면 항상 전체 관리 페이지에서 써야하는 점이 너무 생소했음;ㅅ; 글은 리스트에서 글쓰기를 눌러서 에디터를 통해 써야지! 관리 페이지에서 발행하고 포스트잇 마냥 여기 넣었다 저기 넣었다하다니 그런 방식은 처음이다 시러시렁. 그렇다고 제로보드xe도 딱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에디터가 익숙해서 조음. 여러 스킨을 깔아보면서 입맛에 맞게 고쳐나가야겠다. 스킨 자체를 제작해보면 좋을텐데, 너무 많은 소스 코드를 배워야할 거 같아서 마음의 준비를 못하겠음...
2. 내가 공간에 대한 욕구가 큰 것은 아무래도 한 번도 나만의 물리적 공간을 가져본 적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네 식구가 살아 온 작은 집의 큰 방은 오랫동안 아빠의 소유였고, 몇 년 전 그가 지방으로 내려갔을 때부터는 나와 내 동생이 공유해서 쓰고 있다. 말은 이렇게해도 이층침대가 큰 방에 있어서 잠자리를 공유할 뿐이지 각자 생활공간은 나-거실, 동생-작은 방이라 동생은 작은 방을 자기 취향대로 꾸며놓는다. 내가 큰 방을 꾸미기에는 옷장과 다른 잡동사니들 때문에 벽이 가려져 마땅치가 않다.그게 아직까지도 꽤 충족되었으면 하는 부분인가보다.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한 네이버 블로그는 한 때 꽤 소덕질을 주제로 번창하다가 자꾸 이상한 걸 덕질하니까 많은 이웃들이 떨어져나갔고 한 번 이전한 후에는 나도 방치해놓고 있다. 블로그보다는 호스팅을 빌려 꾸미는 홈페이지가 신세계로 여겨질 만큼 자유롭게 꾸밀 수 있고 재미있어서 블로그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 그래도 단점은 꾸미는 데에 주력하다보니까 정작 쓰는 글은 이런 뻘글들 밖에 없다. 뭐 블로그 할 때도 그랬다만...
그런데 공간에 대한 욕구는 작업에도 같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다. 네모난 캔버스에 그려내는 평면 미술보다는 공간 자체를 새롭게 구성하는 공간 미술이 훨씬 재미있다. 훨씬훨씬. 상상만 해도 머리에 싹이 돋아날 거 같다.
3. 홈페이지의 이름인 '공전'은 사전적으로는 한 천체가 다른 천체의 둘레를 주기적으로 도는 일을 뜻하는데 사실은 노블씨가 쓰신 소녀시대 팬픽, <공전>에서 따온 것이다. 고딩시절, 한창 휴일의 소녀와 책방에서 다운받은 팬픽을 새벽을 지새워가며 읽을 때 <공전>을 읽고 속이 뒤집어졌더랬다. 지금은 내용 자체가 제대로 기억이 안 나서 제대로 감상을 말할 수는 없지만,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버리고 떠나지도 못해 주위를 끝없이 맴도는 유리와 수연의 관계가 꼭 지금 나와 내 모든 것 사이의 관계 같아서 홈페이지 이름으로 덥썩 결정.
4. 아무리 내 홈페이지라지만 공개적인 공간이라 가족 얘기까지 스스럼없이 하기엔 어려운 게 맞지만, 유독 아빠에 대한 얘기는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고 싶다. 왜냐면 나는 아빠가 지독히 싫고 내가 아빠를 닮았다는 불행한 진실을 항상 깨달으며 아빠처럼 되지 않으려고 주의할 필요가 있으니까 말이다. 최근 아빠가 술을 먹고 저에게 왜 전화를 안 하냐고 하는데 옆에 있는 리모콘을 집어던지고 싶었다. 한국의 아버지라는 종족들은 하나같이 이기적인데다 응석받이다. 치가 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