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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지치는 해외 생활, 고민들일기/뒤셀도르프 생활 2015. 5. 31. 23:08
어젯밤 알트슈타트에서 빌크의 우리 집으로 향하는 우반에서 컨트롤러에게 티켓을 검표 당해서 펀칭을 잊고 있던 나에게 40유로의 벌금이 부과되었다. 컨트롤러는 4er Ticket은 한번 펀칭하고 1시간 반 동안만 유효하며 하루 종일 쓰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40유로를 지불했다. 패닉이었다. 다신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또 실수를 저질렀다. 집에서 씻고 옷을 갈아입고 이불에 누우면서도 스스로 괜찮을거라고 달랬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아 난 왜 이리 약할까.
5만원 상당의 벌금도, 내일 있을 비자 약속도, 주말에 내려가는 프랑크푸르트도 나에게 너무나 큰 산이다. 여기 독일에서 '여행'이 아니라 구성원으로 살아갈 때는 모든 게 다 답답하고 공격적으로 느껴진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고 다른 문화를 가진 외국인 친구들한테 불쾌한 감정을 느껴도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지적하기가 힘들다. 불쾌한 상황을 당당하게 꼬집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이런 상황은 너무 무자비하다. 괴롭고 힘들고 그냥 빨리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
웃긴 건 나는 어차피 7월 5일에 한국에 돌아간다는 거다. 그리고 그 사실에 엄청난 열등감을 갖고 있다. 외국인 친구들이나 한국 친구들은 모두 여기서 터를 잡고 살아가려고/적어도 몇 달 내로 다시 돌아오려고 노력 중인데 나는 적응 못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나약한 사람이 되어버리니까. 사실대로 말하자면, 내가 독일에 와서 얻은 게 무엇이 있을까? 학위를 딴 것도 아니고 제대로 여행한 것도 아니고 이도저도 아닌 짓을 하다가 시간만 낭비하고 돌아간다. 그래도 머무르는 동안 힘을 내려고 유학일기같은 걸 찾아보면 다들 힘내고 포기하지 말고 버티라고 한다. 나는 어차피 한국에 돌아가는데...
애초에 독일에 온 것이 잘못이었을까? 돌아가는 것도 잘못일까? 나는 어떻게해야 스스로 좌절하지 않았을까. 내가 고민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까? 내가 방황하고 흔들리고 외로워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잘못일까? 당연히 아니다. 그럴리가 없다. 애초에 무엇이 성공적인 유학생활인가? 애초에 나는 그냥 해외에서 살아보는 것, 해외의 전시를 구경하는 것, 한국과는 다른 어떤 무엇을 발견하는 것 자체가 꿈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실패일까, 나는 이미 내가 느끼고 싶은 것을 느꼈는데.
독일에 잘 왔다. 내가 느끼고 싶었던 것을 나는 느끼고 있다. 학위를 따지 않아도, 독일 미술에 대해 1도 몰라도 괜찮다. 실패한 게 아니다. 한국 대학에서 아직 배우지 않았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느꼈는가이고 이제 한국에서 어떻게 작업을 해 나갈지를 고민하면 되는 것이다. 이 경험이 훗날에 어떻게든 도움이 될 거라고 난 믿는다. 그만 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