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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5. 09.일기/기록 2014. 5. 10. 01:54
1. 세월호 사태에 대한 정세가 신기하다. 뭐 배 안에서 '끔찍하게' 죽어간 어린 '고등학생들'이 대부분의 희생자라서 그 자극적인 잔혹함에 오래 반응하는 면도 있겠지만, 휩쓸려 묻혀갔던 지난 촛불집회들과는 분노의 깊이나 행동 방식이 다른 느낌. 안산 광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4천명?) 집회도 그렇게 많은 수의 시민들이 참여할 줄 몰랐고 희생자 가족분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투쟁에 앞서 나오실 줄 몰랐다. 물론 '가만히 있으라'는 한 정파의 움직임...일 수 있겠지만.
작년 말 철도민영화로 전국이 소란스러울 때 나는 그저 소란스러운 것을 넘어 서로가 서로를 배우고 학습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민영화가 무엇이고 왜 정부는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아니라고 잡아떼는지, 그 사이에 집권자와 자본가들이 얻는 이익은 무엇이고 우리가 받는 피해는 무엇인지에 대해 조근조근하게 혹은 엄청 감정적으로 서로에게 지식을 전달하며 투쟁에 가담해주는 모습이 무척 신기했다.
그런 생산적인 경험에 더불어 이번 세월호 사태로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는 것은 '누가 책임자냐'이다. 박근혜가 지 스스로 '책임자를 엄벌하겠다'면서 그 가리키는 대상이 누군지 한 번 환기시켜주는 기회를 (멍청하게도) 제공했지만 정말로 선장과 선원들만이 책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내 생각만큼 많아보이진 않는다. 흠.. 판단의 토대로 삼은 공간이 경향과 오마뉴 페이지들이라서 그런가?
2. 중앙대가 '두산대'가 되었다면서 농담을 던지는 나의 말을 곧잘 알아들으신 대표님이 신기하다. 요즘 나이든 사람들도 몇몇은 아는구나. 대학의 기업화에 대해서.
3. 투쟁은 어려운 일이지만 결코 원거리에 있는 일이 아닌데 왜 자랑스럽다, 멋있다하면서 대오의 밖에서 박수만 치고 있는 걸까. 손목을 끌고 데려올 수는 없는 일이지만 답답하다. 실천하지 못해 미안해하는 감정도 이해되지 않는다. 투쟁 공간에서 무슨 냄새나나. 난 솔직히 어떤 운동권이 주도해서 그들이 말하는 '선동'이라는 짓을 한다고 해도, 그래서 그 언어들이 다소 꿘 냄새나고 거부감 들어도 차라리 동화되고 말지 피할만큼 여유롭게 분노하지는 않는데. 그냥 귀찮고 머리아픈 것일수도.
4. 당신에게 멍청하게 보이고 싶지 않다. 그게 언제나 겁나고 그런 생각을 갖고 말 하나하나를 두려워하는 내가 조금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