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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수는 나의 것, 2002
    덕질/영상 2014. 6. 28. 03:06



    박찬욱 감독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을 감상했다. 올드보이, 설국열차, 살인의 추억, 친절한 금자씨, 스토커, 그리고 박쥐. 내가 본 박찬욱 감독 영화의 작품 중 <복수는 나의 것>이 가장 끔찍하고 잔혹하다고 말하고 싶다. 


    청각장애인인 류는 자본으로 배가 불뚝한 직장으로부터 일방적인 퇴사 통보를 받는다. 류의 누나는 신장을 이식 받아야하는 상황인데 장기기증자가 없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공공복지를 제공하는 병원에서 쫓겨난다. 류는 불법 장기매매업체를 통해 자신의 신장을 팔아 누나의 신장을 사려고하지만 사기를 당해 누나를 살릴 천 만원을 잃게 되고, 때 마침 장기기증자가 나타나 수술이 가능하게되지만 천 만원은 소멸한지 오래다. 범죄로 잃은 천 만원을 얻기 위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류와 류의 연인 영미. 아이를 유괴해서 많은 돈을 얻어내지만 그 사실에 충격을 받은 누나는 자살해 결국 모든 일은 헛수고로 돌아간다. 장기 - 누나 - 돈, 세 박자가 모두 맞아야하는데 자꾸만 어긋나는 타이밍과 어떻게든 메꿔보려고 할수록 수렁으로 빠지고마는 인물들. 이 과정에서 의도치않게 유괴한 어린 아이가 강물에 빠져 죽게되고 딸만 끔찍히 생각해온 재벌가 동진은 눈에 불을 켜고 류를 찾아 헤맨다. 


    "너 착한놈인거 안다. 그러니까 내가 너 죽이는거 이해하지?"


    모든 인물들이 피해자다. 예상치못한 사건으로 계획이 꼬이고 그로 인한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 여느 누군가가 한 말처럼 억울한 자가 불쌍한 자를 죽인다. 다른 범죄스릴러 영화에서 일명 '개새끼'역을 자처하는 악의 인물들이 유발하는 혐오감 덕에 편안하게 욕하며 악과 대항해나가는 주인공을 응원하던 관객을 모조리 당황시켜버리는 영화다. "그 책임없는 악의 제조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현실에서 죽음은 '개새끼'가 아닌 불쌍한 자들끼리의 죽음이다." 스크린이 올라가며 내가 느낀 것은 이것이다. 더 나아가 '영미'가 했던 말처럼 재벌-자본가-집권자-정부가 외면한 사회 안전망의 부재를 꼬집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의 끝에서 결국 모든 인물은 죽는다. 하지만 어느 부분하나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없다. 사건들의 구조가 군더더기없는 스테인레스 퍼즐처럼 딱 들어맞고 세련된 연출 덕에 몰입과 긴장감도 더할 나위없다. 이런 정성스럽게도 화려한 영화를 보고나면 다른 영화들이 비참할만큼 시시해진다. (스크린에 어마어마한 양의 피를 뿌렸기 때문일지도.) <친절한 금자씨>에서도 그랬고 <박쥐>에서도 그랬듯이 <복수는 나의 것>에서도 인물들이 패닉에 빠졌을 때 그 고통을 관객에게 온전히 전달시키는 박찬욱만의 방법은 이야기의 현실성을 아무렇지 않게 뛰어넘고서 '말이 안되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다. 패닉에 빠진 동진 앞에 딸 아이가 계곡에 빠져 죽었을 때처럼 물을 뚝뚝 흘리며, 원피스와 종아리에는 젖은 나뭇잎이 묻은채로 나타나 '아빠, 수영을 더 일찍 배울걸 그랬어.'라고 말하는 충격적인 연출에 난 공포영화를 볼 때처럼 소름이 돋는 동시에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건조한 거실 바닥과 젖은 딸 아이의 위화감에서 동진이 가졌을 그리움과 고통이 너무나 직설적으로 전달됐기 때문일까. 




    딸 아이가 좋아하던 풀장에 동진이 들어가 있는 모습. 이거 어디서 파나 알아보려고 캡쳐했다. 저기서 놀면 짱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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