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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 08. 15.
    일기/기록 2014. 8. 15. 17:25


    요즘 이것저것 싫고 불편한 게 잔뜩이다. 


    한창 현아의 '빨개요'로 타임라인이 뜨거웠는데, 내가 이전에 효민의 'Nice Body'를 문제시하면서 들었던 모호한 의문점의 갈피를 찾은 것 같다. Nice Body의 가사 중에서 '내 몸은 Nice Body, 이제 당당해졌어'라는 부분은 격하게 지적하면서 '남자라면 한 번쯤 야한 상상을 해요, 그게 나였으면 좋겠어'라는 부분은 왜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까 싶었는데 그 사이에 현아의 '빨개요'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니까 섹슈얼리티 권력에서 스스로를 도구화하는 것과 주체가 되는 것의 차이인 것이다. 현아의 '빨개요'는 스스로를 '맛있다'고 표현하면서 갖고 있는 섹슈얼리티를 주체적으로 표현한다. 천박하다고 표현한 어느 기사의 시선과 의견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여성이 직접' 스스로의 섹슈얼리티를 긍정하고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을 것이다. 나는 현아의 '빨개요'가 여성 스스로의 섹슈얼리티를 긍정하고 표현한 것에 대해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 현아의 행보를 더 기대하게 되었다. 


    그러나 효민의 'Nice Body'에서 드러낸 섹슈얼리티는 그와 다르다. '다이어트/성형을 통해 예뻐졌으니 당당해진 내 몸을 어서 탐해달라'는 언어는 마치 효민이 섹슈얼리티 권력 사이에서 절대적으로 아래에 위치해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나는 그 부분에서 참을 수 없는 불편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를 갖고 야한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라는 가사는 긍정한 것은 어쨌든간에 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성적 욕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서가 아닐까? 다시 말해 이런 발언에 있어서는 주체적으로 섹슈얼리티를 표현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여튼 이런 일련의 감상, 정리를 시도하는 중에 틀어놓은 노래에 문득 집중하니 남성이 발화하는 음악(특히 힙합)에서는 여성에 대한 성적 욕망을 너무나 쉽게 표현하면서도 여성이 그 섹시함을 주체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을 꼭 언급하던데 그게 또 그렇게 불편하더라. 예를 들어 스윙스의 'Pool Party'에서는 남성이 고만고만한 섹시녀들 사이에서 정말 몸매가 예술인 여성을 발견했는데 헤픈 느낌은 절대 아니라고 한다. (대체 그게 무슨 상관인가?) 비슷한 맥락으로 'A Real Lady'에서는 섹시한 몸을 가졌지만 화장도 진하지 않고 짧지 않은 치마를 입은 여성이 가끔 커피값을 내준다고 '지조 있는 Girl' 이라며 찬사를 보낸다. (난 이 곡이 브로의 '그런 남자'보다 더 역겹다) 개리와 정인이 함께 부른 '사람 냄새'에서는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남성(개리)은 매끈한 다리, 새하얀 살, 부드러운 뺨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예찬하는 동시에 심플하고 단정하고 예의바르다며 개념 베이글녀의 환상을 완성한다. 반면에 여성(정인)은 별 욕망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설픈 외모여도 변함없이 사랑한다'가 전부다. 인조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사람이 그립다고 이야기하는 이 곡은 여성과 남성에 대한 '자연스러움'의 요구 그 기본값 자체가 얼마나 큰 간극을 갖고 있는지 드러낸다. 


    그저 여성 발화에 비해 성적 욕망의 표현이 자유롭다는 것을 넘어서, 자신이 예찬하는 여성이 스스로의 섹슈얼리티를 긍정하고 이용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경계하고 제지하고 있다는 것이 남성 발화의 음악들 전반(그렇지 않은 노래도 있겠지만 난 별로 떠오르지 않음)에서 강하게 느껴진다. 난 그게 무척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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