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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남성이 드러내는 여성성에 대해 보수적인가?
    일기/사유 2014. 7. 14. 18:06


    얼마 전 나는 효민의 'Nice Body'는 남성을 위해 여성이 스스로의 몸을 기꺼이 상품화, 성적 대상화 해야하고,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 예쁘지 않는 여성은 '야한 것을 좋아하는 남자'들에게 선택되지 못하기 때문에 보다 열등하다는 불쾌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식의 글을 올린 적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어떤 만남에서 들은 말이 내 뒷통수를 때려서 아직도 그 얼얼함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나는 분명 저 불쾌한 노래를 까면서 '여성이 선택받기 위해 가꾸어야만 한다는 인식은 잘못됐다'와 더불어 여성에게 요구되는 여성성의 해방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정작 남성에게 요구되는 남성성의 해방은 말로만 떠들었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남성이 드러내는 여성성은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것인가? 내가 그것을 '취향'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하자 Y씨는 내게 보수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중적이라고 했던 것 같다.) 농담조였지만 진심이었을 것이고 난 보기좋게 멘붕했다. 그래서 나는 왜 남성의 여성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고민해봤다. 나는 애초에 여성이 전유하는 '귀여움'과 '모에'는 완벽히 받아들이다못해 허덕이며 찬양했지만 남성의 그것을 떠올릴 때면 불쾌감이 앞섰다. 예컨대 엑*의 ㅅㅇ민(예로 들어서 죄송.. 귀엽고 여성성을 어필하는 인물하니 제일 먼저 떠올랐음)같은 보통은 여성이 전유하고 있는 '아기같고 사랑스러운' 남성 캐릭터를 보고 있자면 (기본적으로 관심이 없으니 아오안의 대상이었지만) 이런 느낌의 '남자친구'는 싫다는 생각을 했었다. 남성이 여성(이 일반적으로 취하는)포지션을 취할 때 나는 불쾌함을 느낀다는 거다. 


    나는 그 자리에서 취향을 들며 그러니까 어쨌든 나의 취향은 그게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동성애자는 있어도 상관없는데 내 눈에만 안 보이면 돼,라는 말과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반면에 그런 사랑스러운 '여자친구'가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은 이전에 많이 했었다. 물론 그런 여자친구가 멋있고 박력있게 행동해도 난 당연히 좋아했을 것이고. 하지만 그래도 귀엽지 않을까? 이쯤까지 생각을 뻗치다가 나는 이게 내 안에 단단히 자리잡고있는 이성애중심적 사고방식이라는 것을 깨닫고 무의식적으로 피하던 것을 제대로 마주하게 됐다는 걸 알았다. 정말 내가 생각해도 불쾌한 예지만 만약 레즈비언 연애에서 나눠진 성 역할을 나라면 서로 쉽게 주고받을 수 있을까... 그런 것. 그러니까 사실 뭔 논리를 들 수 있을까 싶지만 논리를 바탕으로 이성애든 동성애든 이성애적 성 분리가 확실한 사랑을 해야한다!고 외치는 게 아니라 생각하기도 전에 내 척추가 감정적으로 결정해버리는 걸 주목하는 것이다. 


    여튼 요즘 시대에 촌스럽게 성 역할 나누는 게 어딨어!라고 생각했으면서 남녀의 성 역할을 누군가에게 강요했던 나에게 반성의 채찍을... 흑흑 솟 팬픽 중엔 남자 역할 안 정하는 태니/티탱 팬픽이 캡짱이라고 외쳤던 나인데... 여튼 하지만 내가 남성의 여성성 표현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이중인격을 인정하는 편이 빠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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