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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 05. 16.
    일기/기록 2014. 5. 16. 03:31




    과거에 나를 깊이 스쳐갔던 사람들에 대해 회상한다. 


    초등학생 때 열병과도 다를 바 없는 사랑을 느끼게 해주었던 S, 그녀는 4학년 2학기 때 전학 온 그 학교에서 가장 외향적인 아이였다. 기도 무척이나 세고 자기 주장이 강한 아이. 그 당시 흥하던 애니를 버닝하던 우리 둘은 다른 반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무척 친해졌고 초등학교 5학년에는 같은 반이 되어 더욱 단짝처럼 붙어다녔다. 둘 중에 한 명이 사귀자고 말한 것은 아니지만 서로에게 깊은 연애 감정을 느꼈다. 같이 그림 그리고 같이 도서관에서 이야기하고 서로의 공간을 찾아가 놀고 밤을 지새며 손을 잡고 입술이 닿았던 그 때를 선명하게 기억한다. 5학년 끝자락부터는 무언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는데 제대로 된 원인은 기억나지 않는다. 여전히 서로를 너무 좋아하는 동시에 주변 친구들을 질투하기 시작하면서 잘못된 방법으로 도발하다가 사이가 나빠졌던 것 같다. 중학생이 될 때까지 계속 속앓이하고 응어리를 씻어내리지 못 해 힘들어하다가 지금은 어찌저찌해서 편한 친구 사이로 남아있음. 그 애가 그 애였던가, 기억을 잊어버릴 정도로 이제는 희미해진 일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무척이나 진지하고 뜨거웠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중학교 2학년 때 만난 K. 지금은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오글거리는데 S 만큼 뜨겁게 좋아하진 않았어도 나름 설레어했던 것 같다. 심지어 내가 먼저 좋아해서 한 달만 사귀어달라고 찌질대다가 한 달의 계약 연애 후 다시 고백받아 사귄 경우... 그런데 어째선지 불쾌함을 씻어내릴 수가 없어서 오래 못 갔다. 이 때부터 지금까지 남자에 대한 연애감정 지표는 큰 변화없이 정해져 온 듯. 여튼 K와도 밤 중에 만나서 걷거나 수업시간에 딴 짓하거나 집에 놀러가거나 좋았던 기억이 많았는데 뭘 보고 좋아했던 건지는 당최 떠오르지 않는다. 이젠 내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라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인터넷을 통해 만났던 K(2). 이 글을 보고 있을 수도 있는데 걍 넘겨 읽어줘... 나를 기록하는 거라서 어쩔 수 없음. 한 살차이인 언니는 용산 근처에 살았는데 내가 S만큼이나 좋아해서 한달에 한 번씩은 꼭 찾아갔던 걸로 기억한다. 같이 활동하던 인터넷 카페에서 알게되고 정모에서 몇 번 만나고 카페가 망한 후에도 연락처 교환해서 문자하고 통화했으니 그냥 중학교 1,2학년은 이 언니와 같이 한 듯. 사실 나를 소덕으로 만든 장본인인데... 그 인터넷 카페도 그렇고 소덕질도 그렇고 내가 한창 불타오를 때는 쏙 빠져버려서 어리둥절하고 서운했음. 내가 집에 찾아갈 때마다 친구 이상으로 꽁냥대고 고백도 했었는데 애매하게 차여서 속 많이 버렸던 거 같다. 지금은 접점이 없어서 거의 연락을 안 하고 있지만, 깊이 좋아했던 사람이다.


    고등학생 때는... 정말 맥시멈으로 좋아했던 S의 반의 반만큼, 그냥 힐끗거린 정도밖에 안 돼서 평범하게 언급하기엔 클라스가 다르달까. 같은 미술부였던 P, 같은 반이었던 P... 지금은 왜 좋아한 건지 전혀 이해 안됨. 과거의 나년 정신차려... 

    아 고등학생 땐 나쁜 친구들한테 꼬셔져서 또 랜선연애를 했구나... (자멸) 나와 생일이 같고 98년생에 의정부 살던 박보영 닮은 여자아이 생각난다. 옷도 잘 입고 참 예뻤는데 내가 좋아하는 만큼 안 좋아해줘서 속 많이 버렸당. 아직도 아련한 느낌이 남아있음. 계속 여자 만났으면하는 것도 있고... 엄청 스트레잇처럼 생겼는데.


    그리고 대학교 새내기 때 같은 인권 수업을 듣는 타과 복학생이랑 한 2주? 썸을 타다가 고백해서 받아줬음. 딱히 좋아하는 점은 없었지만 어디 모난 구석 없고 인권 수업듣는 학생이니 조금은 나랑 생각도 비슷하겠지 싶어서 사귀었던 건데 전혀... 사람은 정말 여러가지 물어보고 알아보고 사귀어야한다는 걸 깊이 깨달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내 트위터 계정을 알려줄 수 있느냐 없느냐,도 중요한 지표인 듯! 왜냐면 트위터의 내가 정말 96%의 나를 드러내는데 이 J와 만날 땐 96%는 무슨 아예 딴사람이 된 것처럼 연기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좋아하지 않으니 난 얼른 좋아하게 되고 싶어서 노력하는데도 내가 싫어하는 행동 뿐이고, 나를 좋아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갔달까? 영화, 음악, 음식, 정치성향 등등 맞는 구석이 요만큼도 없는데 어떻게 나를 좋아하고 오글거리는 애정표현을 손 발이 없어질만큼 해댔던 건지. 지금 생각해보면 백퍼 스킨쉽이 목적이었던 것 같다. 으레 복학생들이 그렇듯이 새내기의 파릇파릇한 귀여움에 나 같은 비주얼을 갖춘 여자를 놓치고 싶지 않았겠지. 나라도 내가 타인이었으면 나랑 사귀었을테니 이해는 감. 하지만 연애는 서로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해야하는데 J는 한참 앞에서 시작했을 뿐더러 내 목에 목줄을 채우고 이리저리 끌고 다녔던 것 같다. (물리적 공간 이외에 스킨쉽에서도 해당되는 표현) 그래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연애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성인으로써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고 이별 통보를 했는데 얼굴이 싹 바뀌고 딱 잘라 재수없게 행동하는게 아직까지 작은 트라우마? 상처?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날 향해 비난을 쏟아내는 두 눈동자... 찔러죽이고 싶다. 나보고 박근혜같다고 한 주제에.


    나는 이런 경험들을 토대로 일련의 정리를 시도했었는데 결과는 처참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전혀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 날 미워하는 마왕의 장난으로 나는 어떤 연애를 해도 우울한 끝을 보게하는 저주에 걸린 게 아닐까, 나와 맞는 사람을 찾는게 이리도 힘든걸까 하고 매번 좌절하던 나날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의 연애. 안녕들 안에서 4~5개월을 함께하면서 난 속된 말로 '눈이 높아'졌다. 끔찍하게 여겼던 키와 얼굴, 그런 건 나에게 있어서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내가 연기할 필요 없는 그대로의 나, 2D와 3D를 불문한 미소녀 덕후에 사회운동에 적극적이고 외향적이다가도 금방 심장이 쪼그라드는 나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를 이해해주고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났다. 21년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이건 정말 드문 확률이다. 하루에 30분씩은 밤마다 꼭 통화하고 일주일에 서너번씩 만나면서도, 억지로 한다거나 불편하다는 점이 전혀 없는 이런 맑고 화창한 연애는 처음. 그래서 무척 서툴다. 알고 싶고 배우고 싶고 좋아해주고 싶고 같이 그냥 어디든지 걷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 J한테 들었으면 너무 싫어 핸드폰을 던져버리고(실제로 던졌었음) 혐오감에 몸부림쳤을 작은 애교도 카레시가 하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내가 '사귄다'고 명명했던 이전까지의 관계들은 계속 "이건 뭔가 아닌데..."하는 마음을 지니며 연애했다. 그래서 얼마 안 갔고, 상처로만 남았었다. 대체 왜일까. 왜 당신은 그들과 다른걸까? 아직 답을 내릴 수 없으니 연구를 더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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