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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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9. 08.일기/기록 2014. 9. 8. 08:50
나는 혼자살든 결혼하든 아이는 꼭 입양해서 키울 생각이다. 어릴 때부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비롯한 육아프로그램을 즐겨 보면서 그 작은 영혼과 소통하고싶다는 생각을 줄곧해왔다. 요즘 특히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사랑이와 하루를 보며 그런 마음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만약 결혼해서 키우게 된다면 나의 배우자를 정말 잘 선택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도 더불어 들었다.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게 아니라 엄마와 아빠가 함께 키우는 것이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 아이의 애교에서부터 요구나 투정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줄 아는 사람, 때로는 자신의 일에 방해가 되어도 아이를 우선시하는 사람과 함께 내 아이를 키울 수 있다면 좋겠다. 타블로를 보며 든 생각이다. 2년 동안 앨범을 내지 못하고 하루와 집 안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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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9. 07.일기/기록 2014. 9. 7. 09:29
아이스버킷을 지목받고 어디에 후원해야할까 고민하다가 역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에 후원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이 있는 자만을 위한 나라를 나에게, 내 가족에게, 혹은 내 아이에게 돌려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나약해서 단식에도 동참하지 못하고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다가 겨우 건네드리는 금액이 고작 5만원이지만 부디 작은 보탬이 큰 힘이 되셨으면하는 바람이다. 어제는 일베 회원들과 자대련 학생들이 광화문 농성장 앞에서 '폭식 투쟁'을 했다고 한다. 국민 모두를 위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간절한 유가족들의 단식 투쟁을 피자 냄새로 조롱하고 저들끼리 낄낄거리는 저열한 행위였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아무리 당당해도 오프라인에서 일베에게 드리워진 '혐오집단'이라는 시선 아래 숨어 다니던 이들이 오프라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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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8. 15.일기/기록 2014. 8. 15. 17:25
요즘 이것저것 싫고 불편한 게 잔뜩이다. 한창 현아의 '빨개요'로 타임라인이 뜨거웠는데, 내가 이전에 효민의 'Nice Body'를 문제시하면서 들었던 모호한 의문점의 갈피를 찾은 것 같다. Nice Body의 가사 중에서 '내 몸은 Nice Body, 이제 당당해졌어'라는 부분은 격하게 지적하면서 '남자라면 한 번쯤 야한 상상을 해요, 그게 나였으면 좋겠어'라는 부분은 왜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까 싶었는데 그 사이에 현아의 '빨개요'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니까 섹슈얼리티 권력에서 스스로를 도구화하는 것과 주체가 되는 것의 차이인 것이다. 현아의 '빨개요'는 스스로를 '맛있다'고 표현하면서 갖고 있는 섹슈얼리티를 주체적으로 표현한다. 천박하다고 표현한 어느 기사의 시선과 의견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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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7. 28.일기/기록 2014. 7. 28. 00:58
1. 17일에 회사 뒤에 있는 주차장에서 상태가 심각해보이는 아깽이 한 마리를 발견하고 바로 구조해 동물병원으로 데려갔다. 눈에는 눈곱이 잔뜩 껴 있어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잔뜩 야윈 몸통에 다리의 살가죽은 다 벗겨져 앙상한 뼈가 다 보였다. 참치캔으로 유혹한 후 들어올려서 병원으로 옮기는데 혼신의 힘을 다해 할퀴고 몸부림 쳐도 자체적으로 힘이 너무 없어서 안쓰럽더라. 3일간 입원시킨 후 지금까지 집에서 잘 돌보고 있는데 어제 엄마와 마찰이 심했다. 원래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에게 누누히 고양이는 절대 안된다고, 독립하면 키우라고 경고 비슷한 당부를 했었지만 나는 다 죽어가는 어린 생명을 구조해 잠시 집에 있게하는 것조차 이렇게 끔찍히 싫어할 줄은 몰랐다. 아니 나는 심지어 잘 하면 키울 수 있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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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성이 드러내는 여성성에 대해 보수적인가?일기/사유 2014. 7. 14. 18:06
얼마 전 나는 효민의 'Nice Body'는 남성을 위해 여성이 스스로의 몸을 기꺼이 상품화, 성적 대상화 해야하고,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 예쁘지 않는 여성은 '야한 것을 좋아하는 남자'들에게 선택되지 못하기 때문에 보다 열등하다는 불쾌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식의 글을 올린 적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어떤 만남에서 들은 말이 내 뒷통수를 때려서 아직도 그 얼얼함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나는 분명 저 불쾌한 노래를 까면서 '여성이 선택받기 위해 가꾸어야만 한다는 인식은 잘못됐다'와 더불어 여성에게 요구되는 여성성의 해방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정작 남성에게 요구되는 남성성의 해방은 말로만 떠들었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남성이 드러내는 여성성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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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 29.일기/기록 2014. 6. 30. 02:07
1. 오랜만에 주말 이틀을 집에서 보냈다. 토요일은 두시에 느즈막히 일어나서 바람의 검심을 보며 프로토타입 작업을 했고 저녁부터는 티비를 보며 내내 뒹굴거리다 영화 을 봤다. 연속으로 스릴러만 봐서 달달한 로맨스로 머리 좀 가볍게하고 싶었는데 취향도 안 맞고 이해도 안되는 전개 때문에 매우 지루하게 봤다. 캐릭터들도 하나같이 맘에 안 들었다. 내가 로맨스를 볼 때는 로맨스 멜로 말고 로맨스 코미디를 봐야하나보다. 또 하나 깨달았땅. 2. 오늘은 동생과 내가 자는 작은 방의 바닥에 깔린 전기장판과 이불들을 걷어내고 작업 용품들을 셋팅했다. 물감, 붓, 벼루, 먹 등이 들어있는 화구박스와 다양한 그릇들이 정리된 쟁반을 예쁘게 셋팅하니 뭔가 내 작업실이 된 것 같아서 뿌듯했다. 바로 바닥 위에서 비단을 짠 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