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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 대해서 생각하는 요즘
    일기/기록 2015. 6. 2. 05:07

    한국은 정말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독일에 지내면 지낼 수록 느끼게 된다. 한국이 중국을 향해 느끼는 대중적인 정서는 아마 '싸구려', '정체성이 명확치 않음', '다른 나라를 따라함', '어설픈 서구스타일 혹은 어설픈 일본 스타일' 뭐 이런 느낌일테다. 근데 나는 한국도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들어가 있는 온갖 문화나 관습들은 미국과 일본에서 들여온 어설픈 짝퉁들 뿐이고 그렇게 침이 마르도록 찬양하는 우리나라의 '얼'이 담겼다는 문화재들은 중학교 교과서의 텍스트로만 건재한다. 


    단적인 예라고 하면 결혼이다. 서구적인 흰 웨딩드레스와 검은 턱시도, 흰 면사포와 반지 나누고 키스하기. 그런데 시어머니 시아버지는 한복을 입고 오신다. 호화스럽게 반짝이는 서구의 내부 건물 양식을 어설프게 따라한 결혼식장과 부케 던지기. 다른 나라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니 정말 이상하다. 왜 그렇게 서구의 오래된 결혼 양식을 따라하려고 하는거지? 난 결혼 하더라도 웨딩드레스는 안 입고 싶다. 


    그리고 정말 충격을 먹은 건 우리나라에 전통 축제라는 게 없다는 것이다. 어학원에서 각자 나라의 Festival에 대해 얘기할 때 나는 입이 턱 막힌다. 그나마 생각나는 건 대부분 대기업이나 그 계열사들이 주최하는 상업 공연들, 퍼포먼스들 뿐이다. 두 말할 새도 없이 독일은 전통 축제가 꽤 많다. 종교가 뚜렷한 나라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크로아티아, 우크라이나, 일본과 태국에서 온 친구들도 각자의 전통 축제를 얘기한다. 이런 날엔 무엇을 하고 무엇을 입고 어떤 관례를 행한다고. 우리는 그런게 있나? 없다. 왜 없을까? 왜 아무도 축제가 없다는 데 아무런 생각이 없을까? 1도 중요하지 않으니까? 그럼 우리나라는 뭐가 중요한가. 분단 국가에 IMF 같은 악몽이 또 다시 일어날까 다들 아등바등 살아가느라 미처 축제같은 걸 신경 쓸 여력이 없었을까. 생각할 수록 안쓰러운 나라다. 


    난 애국자가 아니다. 어디가서 국기에 대한 경례라도 하면 다 벗어던지고 뛰쳐나올 것같다. 그럼에도 내가 국뽕같은 말을 하는 건 이런 애증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통 축제도 없고 문화재 보존도 제대로 못하고 국가 이미지도 똑바로 못 만들고 우리나라라는 그 정체성(작위적이든 아니든 상관없이)이 희미한 이 나라가 참 답답하다. 과연 100년 뒤에도 한국엔 '한복'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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