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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가기까지 일주일
    일기/뒤셀도르프 생활 2015. 6. 30. 07:40


    얼마 전 6월 8일 갑자기 내 방에 그 날부터 일본인 룸메이트가 들어올 거라는 통보를 학원으로부터 받고 충격 먹은 채로 집으로 달려갔었는데, 나와 마찬가지로 당황한 그 일본인 여자 아이가 내 방에 있었다. 난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 집주인에게 따졌고, 집주인은 애가 긴급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고 화내는 나를 이해 못하겠다는 듯 말했다. 아무런 사전의 합의도 없이 생판 모르는 사람과 같이 살아야한다니 나의 너그러움을 살피는 건 둘째고 예의가 없는 행동 아닌가. 사실 처음 여기 살게 되었을 때 딱 한 번 일주일간 어떤 중국인 여자아이가 내 방에 산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집주인은 사전에 내 허락을 받지 않았고 그냥 통보했었다. 내가 그 때 불만을 표하지 않은 건 그저 일주일 밖에 안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지 불편함도 뭐도 모르는 바보여서가 아니었다. 집주인은 이 경험을 근거로 갈 곳 없는 일본인 친구를 받았고, 허락없이 내 방에 밀어넣었고, 1원의 방값 절감도 없이 우리 둘에게서 돈을 뽑아먹으려고 했다. 난 이 모든 사태를 서툰 영어와 독일어로 따졌고 결국 100유로를 받아냈다. 그러나 일본인 친구는 아니었다. 그녀는 심지어 3주 머무르는 기간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했고, 나와 같이 지냄에도 불구하고 터무니없는 금액을 내버렸다. 그녀는 내가 100유로를 받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저번 주에 같이 집값에 대해 얘기하다가 내가 사실대로 털어놓자 적잖이 집주인에게 화가 났다. 


    난 100유로를 받은 게 부끄러웠다. 똑같은 방을 나눠 쓰면서 내가 훨씬 적게 지불한 꼴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날 선택의 기로에서 내가 100유로를 선택하지 않았으면 그녀는 다른 방을 찾았어야했다. 이미 내 방에 그녀의 캐리어가 있는 상태에서 난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내일 저녁, 일본인 룸메이트와 나는 집주인에게 찾아가 보증금을 받은 후, 이 사실에 대해 따지기로 했다. 친구가 꼭 100유로를 받았으면 좋겠고 나도 큰 문제 없이 방을 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뒤셀도르프로 어학원 공부하시러 오실 분 중 이 글을 보는 분이 계시다면 Sprachforum을 강력 추천(특히 Silke 선생님)하지만 여기서 제공하는 숙소는 절대 신청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친구 집에서 머물면서 집을 찾으시거나 미리 베리를 통해 집을 찾거나 어딘가 지인을 통해 몇 주 머무를 수 있다면 거기 머무르면서 집 구하는 게 낫지 저런 숙소 함부로 턱 들어왔다간 예상보다 큰 스트레스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정 없어서 딱 한달만 머무르는 것 아니면 절대ㄴㄴ.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독일을 떠날 시간이 되었다.

    이번 주말은 독일에서 보내는 마지막 주말이다. 즐거운 일도 있었고 힘든 일도 있었고, 사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스트레스가 한창이지만 어찌됐건 떠나는 것이 아쉬운 건 사실이다. 앞으로 한국에 돌아가면 무엇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어학원의 어떤 한국인 남자분은 나보고 여기서 미술 공부하는 게 좋지 뭐하러 돌아가냐고 묻더라. 그렇지, 여기서 공부하면 학위 따기 좋기야 할 것이다. 근데 나는 학위가 내 삶의 목표가 아닌게 문제다. 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사는 게 좋다. 독일에는 사랑하는 나의 애인도 나의 고양이도 없고 사랑하는 한국 음식들도 문화도 분위기도 없다. 좆같기도 한 한국이지만, 유럽이라고 모든 게 파라다이스는 아니라는 뜻이다. 글쎄 이것도 장담을 못하겠다. 다신 돌아오지 않을거라는 보장은 못하니까 말이다. 교통문화와 공원은 정말 사랑스러운 나라다. 케밥도 너무 맛있다. 사실 먹는 거는 서양식 재료 구하기가 쉽고 싼 게 좋지 특별히 슈니첼이 맛있다든가 소시지가 맛있다든가 그런건 모르겠다. 


    어찌됐든 앞으로 며칠 후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모든 게 다 그립다. 공항에서 애인님을 보면 달려가 와락 껴안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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