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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6. 05.일기/기록 2014. 6. 5. 19:48
난 과거의 누군가와 연애를 했을 때 나의 어딘가를 숨겨야만 했다. 때로는 숨기는 걸 떠나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야 했다. 관계가 어색하거나 뒤틀리는 게 싫으니까 보편적이지 못하니 싫어할 법한 나에 관련한 모든 것들을 애인이라는 사람 앞에서 철저히 감췄던 것이다. 그러니 연애가 아니라 연기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건 당연했을지 모른다. 이런 이중인격처럼 괴상한 나를 마주하며 무엇이 잘못된 건지 오래토록 고민했다. '네가 좋아하지 않아서 그래'라는 답변을 들을 때마다 내가 좋아하지 않은 것이 먼저인지 상대가 연기를 해야만 연애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게 먼저인지, 그냥 내가 틀린 방법으로 살아온 탓인지 고민하는 것이 괴로웠다
그러던 중 지금의 애인을 만났고, 나는 어느 새 나에 대한 모든 걸 그에게 숨김 없이 얘기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정말 재미없고 잘 알지 못할 이야기도 그는 주의깊게 들어주고 반응해준다. 그와 있으면 어느 누구로 연기할 필요 없이 온전한 나 자체로 있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이런 시시한 이야기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들어줄까.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닿았으면 좋겠다. 그가 내게 나같은 사람은 만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지만, 나야말로 그와 같은 사람을 만나는 건 정말 어려울 거다. 그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사랑해주고, 옆에 있어줘서 다행이다.